[들어가며]

동요하는 것은 네 마음 뿐이다.

밖은 평온하고 천천히 움직인다.

기계의 빠른 움직임은 또 다른 차원이다.

우주는 본질적으로 평온하고 고요하다.

우주의 변화는 느리게 느리게 진행된다.

기계가 없다면 낮에도 고요를 알아챌 수 있다.

도심 한 가운데서도 가능하다.

기계를 빼면 삶의 순간은 고요하다.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까탈스러운 것은 결국 인간이다.

정확히는 인간의 내면이다. 정확히는 두뇌다.

기계의 안쪽도 복잡다단하다.

하지만 기계에는 마음이 없다.

화, 분노, 충동에 잘 휘감겨 요동치는 것은 인간의 내면 뿐이다.

자연은 그렇지 않다.

기계도 그렇지 않다.

화와 분노의 대상을 분해하면 그 요소에는 화와 분노가 들어 있지 않다.

원한과 원망, 비난과 질책이 경험과 주관을 덧씌워 화, 분노, 충동을 만든다.

존재하지 않는 것을 일으킨 것은 오직 인간의 마음이다.

밖은 느리고 고요하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빨리 변화하고 싶은 것은 인간 뿐이다.

빠른 변화는 불가능하다.

See him clearly in the twilight, Michuhol-gu, Incheon. /by Ryu mun
See him clearly in the twilight, Michuhol-gu, Incheon. /by Ryu mun

 

[먹이를 나르는 개미] 


먹이를 나르는 개미는
복원과 희망을 꿈꿀까

홀로코스트에서 살아 남은 이들은
복원과 희망을 그토록 꿈꿨다는데

뒤집힌 것 뒤틀린 것
잃어버린 것에 대한 되돌림은
유독 사람한테 강하다는데

먹이를 나르는 개미는
이고 지고 메고 나르는데
그 자체가 본질이고 전부인데

개미 인생인데

밥을 먹고 굶지 않는 우리는
존재 자체가 본질이지 않구나

밥에다 돈에다 복원과 희망까지
유독 사람은 비복원 비회복에 절망을 느낀다는데

먹이를 나르는 개미는
복원에도 비복원에도 머물지 않구나
이고 지고 메고 계속 나르기만 하는데
유독 사람은

 


-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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